서평: 오스카와 장미 할머니 _ 있는 그대로, 죽음
작품: 오스카와 장미 할머니
글: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옮긴이: 김민정
출판사: 문학세계사
초판 1쇄: 2004년 3월 20일
❤ 오스카와 장미 할머니
기독교적 가치관으로 죽음에 관하여 굉장히 유머러스하지만 깊이 있게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12일간의 동안 흘러가는 120년이란 시간을 통해 오스카가 보여주는 죽음은 순수하고 맑다.
오스카는 일찍 어른이 된 아이다. 그 누구보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잘 알고 있다. 동시에 가장 아이다운 인물이기도 하다. 오스카는 부모님이 감추고 싶었던 두려움이란 감정을 정확히 집어낸다. 하지만 그 두려움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는 모른다.
오스카는 장미 할머니에게 울분을 토하며 말한다. “나를 겁내니까요. 겁이 나서 나한테 말도 못 붙인다고요. 내가 무슨 괴물이라도 되는 것처럼요. 왜 나를 겁내는 거죠? 내가 무시무시하게 생겨서? 냄새가 나서? 나도 모르게 바보가 돼버려서?” 장미 할머니는 오스카에게 부모님은 병을 두려워하고 있는 거라고 말한다. 그러자 오스카는 “병도 나의 일부잖아요…. 병이 났다고 태도를 싹 바꾸면 어떻게 해요. 건강한 오스카만 좋아하겠다는 건가요?”라고 말하는데, 이 부분에서 작가가 오스카라는 인물이 되어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본질을 정확하게 파악하지만 정작 자신은 그것을 모르는 아이들의 특성이 오스카에게서 선명히 드러난다.
오스카의 부모님은 오스카의 말처럼 오스카를 두려워하는 것일까? 아니면, 장미 할머니의 말처럼 병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우리 모두 어렴풋이 느끼고 있겠지만, 빈 곳으로 남겨둬야 하는 그 자체가 두려운 것이다. 따뜻한 체온, 재잘거리는 목소리, 때로는 짜증도 내며 날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쌓아가는 온기 말이다.
부모님은 두려워한다. 가져보았기 때문에 잃는 것을 두려워하는 여느 인간과 똑같다. 하지만 오스카는 죽음을 앞둔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아 보인다. 아이라서 큰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는 걸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스카란 아이도 130년이란 시간 동안 갖게 된 것들이 많다. 예를 들자면, 장미 할머니, 팝콘, 베이컨 그리고 무엇보다 페기 블루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현실감 있게 느껴지지 않아서? 비슷한지도 모르겠다. 장미 할머니라는 인물은 작 중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맡고 있다. 오스카의 미래와 현재 사이에 존재하며 완충재 역할을 한다. 외면할 수도 있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윤활유 역할 또한 하고 있다. 때문에 오스카는 차가운 현실이 아닌 온기로 살짝 데워진 미지근한 현실과 마주할 수 있기에 두려움을 적게 느끼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겠다고 생각한다.
작가는 오스카를 통해서 받아들여지는 현실을 말하고, 장미 할머니를 통해서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을 말한다.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기억 속에서 그리고 가슴 속에서 언제나 함께한다는 흔한 말이 아닌, 오스카와 120년의 생애를 함께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죽음은 마냥 슬프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우리에게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서.
총평:
⭐⭐⭐⭐☆ (4.5/5)
– 기독교적 가치관으로 죽음에 관하여 굉장히 유머러스하지만 깊이 있게 다루고 있는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