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추천: 문보영 시인님의 책기둥
- 느낀점
다채로운 색깔을 가진, 소설같기도 하고, 민담같기도하고, 수수께끼같은 시라고 느껴졌다. 각 시마다 이야기가 담겨있고, 독특하며 시 속에 나오는 인물들이 통통 튀고 살아서 숨쉬는 것이 느껴졌다. 각 시집이 인물이라면 로라와 로라는 차분한 분위기의 인물일 것이고, 책기둥은 엉뚱하고 톡톡 튀는 인물일 것이다. 제목과 내용의 연관된 지점을 찾지 못한 시가 많다는 것은 이 시집도 동일하다. 로라와 로라는 문장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꿈속처럼 변화한다면, 책기둥은 하고 싶은 말이 아주 많은 다른 차원에서 온 수많은 인물들이 한꺼번에 말을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온전히 알아 들을 수 없는 것 같다.
- 인상 깊은 구절
왼쪽 페이지에서 인물이 죽으면 오른쪽 페이지가 그것을 거절한다
그림책에는 두 가지 색만이 존재하므로 그림자에 색을 입히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
서로 다른 두 가지 색은 죽음의 공간적 깊이를 표현하는 데 중분하다
...
시체의 엎드린 등을 암시하는 방식에 있어서
오른쪽 페이지와 왼쪽 페이지가 의견을 달리했으므로 죽음이 지연되고 있다
그림책의 두 가지 색 중 일부분 발췌
실제 본 것보다 더 많이 기억하는 것은 뇌가 지닌 유일한 결함이다
이로 인해 적지 않은 DNA들이 피해를 입는다 뇌는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기억을 발생시키는가
이 문제를 밝히는 일은 매운 어려운데 뇌의 신경 세포인 뉴런의 어원이 밧줄이므로 우리가 기억을 할 때
밧줄을 이용한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뇌와 나 중 일부분 발췌
초현실주의는 불가능하며
현실이 현실을 무력화시키는 것만이 가능하다
프로타주 중 일부분 발췌
나는 당신을 위주로 생각한다
목성을 위주로 도는 유로파는 목성을 위주로 생각한다
벗어나고 싶을 때 가장 늦게 오는 것 위주로 도는 하루를 생각한다
위주의 삶 중 일부분 발췌
주변을 신경 쓸 재간도 없이, 미래를 도모하지도 않고 오직 한 자리에서 홈을 파며, 어쨌든, 바닥에 흔적을 내고, 그것을 위해 몸을 꼴 대로 꼬며 깊어지는 동작만을 반복하고 있다.
멀리서 온 책 중 일부분 발췌
- 작가의 말
콘페니우르겐의 임신 기간은
사십 년으로
지구에서 가장 길다 그런데
콘페니우르겐의 평균수명이
이십칠 년인 것은
하나의 수수께끼다
- 시집 소개
살아 있음의 아픔을
명랑한 이야기로 돌파하는
젊은 시인의 탄생
제36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 『책기둥』이 출간되었다. 수상자 문보영은 2016년 중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신인으로, 『책기둥』에 수록된 시 50편 중 42편은 어느 문예지에도 소개되지 않은 미발표작이다. 이번 수상으로 문보영은 등단 이후 최단 기간에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이 되었다. 이는 등단 후 문단의 주목을 받아 오던 젊은 시인들이 첫 시집을 내는 등용문으로 일컬어지는 김수영 문학상으로는 이례적인 일이다. 바야흐로 아직 아무도 펼쳐 보지 못했던 미래의 탄생이다.
문보영의 시는 전위를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함과 이야기 형식으로 써내려 간 매력적이고 독자적인 언어로 가득하다. 동시에 우리 일상의 소소한 모습들을 시로 옮기는 시선에서는 진솔함과 다정함을 느낄 수 있다. 낯섦과 새로움, 일상과 비일상이 교차하는 한가운데에 바로 문보영의 시가 있다. -출판사 소개-
- 시인 소개
시인. 매니큐어가 마를 때까지 잘 기다리지 못하는 인간이다. 1992년 제주도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했다. 바람이 많이 부는 제주도에선 모자 위에 납작한 돌을 얹고 다녔다. 2016년 [중앙일보]로 등단했다. 2017년 시집 『책기둥』으로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고 상금으로 친구와 피자를 사먹었다. 일상을 사는 법을 연습하기 위해 유튜브 채널 ‘어느 시인의 브이로그’를 시작했으며, 시와 소설, 일기를 일반 우편으로 배송하는 1인 문예지 ‘오만가지 문보영’을 발행한다. 시보다 피자를 좋아하고, 피자보다 일기를 좋아하며, 일기보다 친구를 더 사랑한다. 손으로 쓴 일기를 독자에게 우편으로 발송하는 ‘일기 딜리버리’를 운영하고 있다. 시집으로 『책기둥』 『배틀그라운드』, 산문집으로 『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 앤솔러지 『페이지스 6집-언젠가 우리 다시』 등이 있다. -출판사 소개-
e-book으로 나와 있습니다.
종이책이 번거롭다면 e-book은 어떨까요?
*맞다, 그리고 클래스 101에서 문보영 시인님 강의도 있어요!
시 창작에 관심이 있으셨거나 문보영 시인님을 좋아하신다면 꼭 들어보세요!!
[마음에 드셨다면 해당 시집을 원문을 꼭 읽어 보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