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집 : 심지아 시인님 로라와 로라
- 느낀 점
꿈속을 유영하는 분위기이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서 헤엄치는 것 같다.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이어지는 짧은 문장과 행마다 변화하는 모양새가 꿈속의 모습 같았다. 점묘화처럼 한 단이 점 하나고 그게 모여서 행이 되고 시가 된 듯이 느껴졌다. 하지만 제목과 내용이 연관된 지점을 찾지 못한 시가 많다. 점의 존재는 알겠지만 그림 속에 있는 한 점의 위치는 알지 못하여 전체를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 시인 소개
1978년 출생. 2010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로라와 로라』가 있다.
- 시인의 말
우리는 잘 도착했습니다
‘잘’이라는 부사가 생략하는 것들과 함께
- 시집 소개
민음의 시 249권. 2010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심지아 시인이 등단 후 8년 만에 내는 첫 번째 시집. <로라와 로라>는 시적 질료를 기억의 바깥에서 찾아 최대한의 가능성을 획득한다. 시적 화자는 "비인칭"이 되어 꿈속의 꿈으로 이야기를 뻗어 간다. 그리고 그로 인해 독자인 우리는 "충분한 어둠"과 "충분한 밝기"를 응시한다. 심지아의 시는 그렇게 충분한 조도의 아름다움을 획득한 범람의 시가 된다.
-출판사 제공 책 소개-
- 마음에 드는 구절
쉿, 이라는 말이 좋았다
손가락을 입술 가까이 대고
쉿, 이라고 말하는 것
흘러내리는 것
시작되는 것
...
너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할 거야
-1부 등을 맞대고 소녀소녀 중 일부분 발췌
나는 토성의 고리, 여섯 번의 비명을 지르는
나는 멀리 던진 부메랑, 새들의 이마에 부딪히며 안녕
...
나는 타이밍, 어긋나기 위해 태어난
나는 창문, 노크는 금물
-1부 이상한 활주로 중 일부분 발췌
가장 나이며 가장 나의 것이 아닌 것처럼
가장 너이며 가장 너의 것이 아닌 것처럼
...
얼굴이 비대칭으로 자라나는
로라와 로라
-1부 로라와 로라 중 일부분 발췌
잃은 것이 있다고 생각해
잃어버린 것이 있다고
가득
이라는 말속에
꽉 차 있는
부족함
-1부 발생과 표현 중 일부분 발췌
안녕 캐롤린, 주황색 카디건에 팔을 넣는다. 친밀한 소동처럼
투정 부리며 너는 오늘도 접시를 던졌지. 나는 네가 겨냥하는 곳에 서서 깨지고 싶었어.
첫 번째 접시와 두 번째 접시가 빗나갔을 때 너는 피하지 않는 나를 보며 으르렁거렸지.
...
한방에서 웃음소리와 울음소리가 동시에 커질 때,
...
안녕 캐롤린, 수첩을 넘기다 네가 남긴 낙서를 본다.
우리는 가장 은밀한 시간에조차 공공연하지.
...
캐롤린, 겹쳐지던 손금들을.
-2부 외출 직전 중 일부분 발췌
자석의 두 극이 빚어내는 무늬들처럼
나는 오늘의 네 꿈을 엿보았으면
-2부 터널
지구에 태어나 얻게 된 건 현기증이에요 수달 씨 둥근 이마로 포물선을 그으며 종종 졸도합니다
아름답게 쓰러지기 위해 물가에 살아요 물고기의 머리를 뜯으며 어린 무용수의 발끝처럼 포즈를 고심합니다
...
깨지 않는 악몽을 물고 물고기들이 내게로 와요
...
기괴한 몸짓도 이곳에서는 물의 동작이 됩니다
물결에 지문을 풀면 안개가 피어나요
-3부 수달 씨, 램프를 끄며 중 일부분 발췌
들리지 않는 여러분 듣지 않는 여러분
내게 다정함을 주지는 마세요 암시하듯이 듣지 않는 여러분
...
어제의 부드러움이 징그러웠다 밤새도록 밤이 녹고 있었다
녹는 속도로 미래를 엎지를 수 있었다
-3부 교외로 가는 1막 중 일부분 발췌
밤의 옷장은 약병들로 가득하다
딸들은 병에 담긴 액체를 몰래 꺼내 마신다
머리카락은 날마다 더 아름다워진다
머리채를 베어 목을 매달고 싶을 만큼
...
죽은 별의 조각을 웅덩이에 담그면
양손에 안개를 쥔 아기들이 저절로 태어나고
...
기억나지 않니
요람을 밀며, 우는 너희들의 귀에 속삭였던
송곳 같은 목소리가
...
내가 미래의 너희들을 낳았지
-3부 보석 세공사의 스탠드 중 일부분 발췌
반복되는 악몽은 나의 아름다운 세계처럼 여물어 가
세계가 폐허의 동의어일 때 우리는 눈물 없이 깨어났지
...
나의 기도문은 나의 죽음
...
작고 가득한 포자를 터트리며
너는 걸었어
-3부 좀비 중 일부분 발췌
맥락을 잃은 목소리와
네 개의 모서리가
사각형을 벗어날 때
...
손안에서 뜨거운 근육처럼
시간이 조형된다
언제나 덜 헤맨 장소가
-4부 복화술사 중 일부분 발췌
내가 깨어나는 세계는 서랍의 형식을 하고 있다
내가 잠드는 세계는 서랍의 형식을 하고 있다
서로 속에 담긴 채로거나 서랍 밖으로 떨어진 채로
건축의 모호함을 듣게 되는 것이다
...
물고기들의 무정과 다정이 좋아서 연못을 들여다본다
너의 무정과 다정이 좋아서 나는 연못을 들여다본다
-4부 빈칸의 경험 중 일부분 발췌
밤은 내게 사유하는 사다리를 놓아 주었어요
나는 밤의 건축을 올라 지붕을 바라봐요
나를 벗어나 전개되는 전개를요
나를 벗어나 전개되는 폐쇄를요
...
밤은 선언할 것이 적고 그것이
우리의 혀를 지킬 거예요
-4부 가가호호 중 일부분 발췌
핏속에는 도덕이 없고
나는 조금 슬픈 것 같아
나는 조금 의심하는 것 같아
...
아무렇게나 양을 세도 언제나 양은 그럴듯해지네
...
목이 보호하는 목소리처럼 고요하게
고집스럽게
양을 세다가 양을 잃다가
-5부 범람 중 일부분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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